[쿠킹] 설탕보다 뒤끝 심한 '이것', 건강 적신호를 켜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야훈운 작성일21-11-04 06:36 조회126회 댓글0건관련링크
본문
닥터 라이블리의〈부엌에서 찾은 건강〉②뒷끝 심한 악당, 과당을 조심하세요한 해가 가기 전에 해야할 일 중 하나가 건강검진이다. 사진 unsplash“요산 수치가 높아요. 통풍 아시죠? 요산 수치가 높으면 통풍 같은 병이 올 수 있어요. 고기를 줄여보세요.” “지방간이 있으시네요. 술도 안 드시는데 지방간이 있으니, 기름진 음식을 줄여보세요.” 이런 말을 한 번쯤 들어본 경험이, 여러분에게도 꽤 있지 않을까 싶다. 굳이 내 일이 아니어도 가족이나 지인의 건강검진이 끝나면 자주 나올 법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높은 요산 수치와 지방간은 당뇨, 고지혈증 등의 대사질환이 일어나기 전 초기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몸이 “살려주세요!”하고 보내는 SOS 신호다. 이 같은 신호를 받으면 먼저 ‘고기와 기름진 음식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이지만, 그것 말고도 정말 중요하게 필요한 생활습관 교정이 있다. 바로 주로 과일 속에 포함된 ‘과당’을 줄이는 것이다. 과당을 줄이라는 말에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과일은 보통 몸에 좋다고 인식하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과일은 ‘많이 먹으면’ 우리 몸에 ‘독’이 된다.과일엔 과당이 들어 있어, 과도하게 섭취하는 건 좋지 않다. 사진 pixabay과일이 몸에 좋다고 알려진 이유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 과일에 포함된 식이섬유와 다양한 비타민과 미네랄을 포함한 영양소들 때문이다. 어느 정도는 충분히 타당한 말이다. 두 번째는 과일의 GI 지수가 낮기 때문이다. GI 지수는 해당 음식이 혈당을 얼마나 올리는지를 수치화한 지표다. 당뇨 환자들의 식단에서는 GI 지수가 높은, 즉 혈당을 많이 올리는 음식은 최대한 피하라고 권하고 있다. 물론 과일의 과당은 혈당을 ‘덜’ 올린다. 혈당측정기에 기록되는 혈당 상승효과도 적다. 때문에, 혈당을 올리는 다른 음식에 비해 과일이 몸에 좋다는 인상을 주게 된다. 그렇다면 공공연히 몸에 나쁘다고 알려져 있는 설탕은 어떨까.설탕은 포도당 1분자와 과당 1분자가 결합한 물질이다. 우리 몸에 들어오면 포도당과 과당으로 분해된다. 설탕은 포도당이 하나 더 추가되었다는 이유로 과당에 비해 대역죄인 취급을 받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설탕에 들어있는 과당은 나서기 좋아하는 친구 포도당을 함께 데리고 다니기 때문이다. 포도당은 앞에 나서기 좋아하지만 뒤끝 없는 친구, 이에 비해 과당은 앞에 나서기 싫어하는데 뒤끝 심한 악당으로 생각하면 쉽다. 포도당은 나서기 좋아하는 탓에 혈당을 올리고 인슐린 분비를 높여 혈당 측정기에 아주 쉽게 감지된다. 반면, 과당은 혈당은 높이지 않고 포도당 뒤에 숨어서 몰래 들어온다. 모두의 시선이 혈당을 올리는 것에 집중된 사이, 과당은 조용히 몸을 망가뜨리기 시작한다. 혈당을 올리는 것을 제외하면, 설탕이 나쁘다고 알려진 8할은 과당의 몫이다.설탕이 나쁘다고 알려진 원인은 과당 때문이다. 사진 pixabay이 이야기를 들으면 “과당이 그렇게나 나쁜데 왜 우리는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을까?”라는 질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과거 비만과 당뇨를 비롯한 대사 질환 연구의 초점이 대부분 측정 가능한 ‘혈당’과 ‘인슐린 분비’에 맞춰져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과당의 영향은 측정하기가 쉽지 않았다. 측정 가능한 부분에서 시작해 대사 질환의 원인을 점점 더 파고들다 보니, 그 핵심에 여태까지 잘 파악되지 않았던 ‘과당’의 작용이 있었다. 덕분에 최근 들어서는 과당이 당뇨, 비만, 고지혈증 등의 대사질환의 시발점이 되고 있다는 연구가 속속 발표되고 있다. 최근 연구결과들을 살펴보면, 과당은 우리 몸에 다양한 악영향을 미치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악영향이 ‘지방간’과 ‘요산’이다. 과당이 이러한 악영향을 유발하는 기전에는 과당만의 아주 특이한 점이 있다. 보통 포도당의 경우에는, 우리가 먹은 후 온몸의 세포들이 이것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할 수 있다.하지만 과당은 대부분 ‘간’에서만 대사된다. 간으로 흡수된 과당은 대사 과정에서 대표적으로 두 가지를 만드는데 바로 ‘요산과 지방’이다. 즉, 요산 수치를 올리고 간에 지방을 쌓아 지방간을 만든다. 전혀 상관없을 것 같던 과당과 요산·지방간과의 관계가 놀랍지 않은가? 자, 이제 우리는 “요산 수치가 높아요”하는 사람에게, 특히 고기를 아무리 줄여도 요산 수치가 꿈쩍도 하지 않는 분들에게 이렇게 물어야 한다. “과일이나 달콤한 디저트류를 좋아하진 않나요?”라고 말이다. 대답이 “예”라면 당연히 ‘과당’을 줄여야 한다.지방간도 마찬가지다. 지방간과 당뇨가 있어서 체중을 줄일 목적으로 자연식을 한다고 과일을 한 아름씩 먹는 분을 보면 정말 마음이 아프다. 과당은 혈당 안 오르는 설탕을 먹는 것과 똑같기 때문이다. 간에서 대사되는 과당은 간에서 지방을 만들고, 그것이 에너지로 쓰이지 못하면 간에 쌓여 지방간을 만든다. 지방간은 당뇨 악화의 핵심인 ‘인슐린 저항성’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과당 줄이기’는 혈당이 높은 환자, 당뇨 환자, 지방간 환자들에게 정말 중요한 생활습관 교정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되는 이유다. 과일은 히루에 사과 반쪽, 블루베리 한 움큼이면 충분하다. 사진 pixabay몸이 SOS 신호를 보낼 때, 그 원인을 파악하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 원인을 모르면 애써 생활습관을 바꿔도 달라지는 게 없다. 달라지는 게 없으면 노력도 허무할 수밖에 없다. 결국, 정확하게 아는 게 힘이다. 과일을 아예 먹지 말란 소리는 아니다. 분명 과일에는 좋은 성분들이 많다. 제철 과일이 주는 즐거움은 일 년을 살아내는 즐거운 기쁨이기도 하다. 단, 양을 조절하면 된다. 하루에 사과 반쪽, 블루베리 한 움큼 정도면 충분하다.가장 좋은 것은 병이 오기 전에 건강을 지키는 것이다. 아직 “당뇨는 아니지만, 지방간이 있네요”라든가 “다행히 증상은 없으신 것 같지만, 요산이 높네요” 같은 말을 들었다면, 혈당 안 올리는 설탕인 ‘과당’을 많이 섭취한 게 아닌가 한 번쯤 돌이켜볼 차례다. 너무 많은 과당은 우리 건강의 적신호를 켜는, 뒤끝 심한 악당임을 잊지 말자.※ 중앙일보 쿠킹에서는 요리 전문가의 레시피와 일상 속 건강한 팁을 소개하는 뉴스레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매주 수요일 요즘 뜨는 레시피, 건강하게 먹는 팁 등이 궁금하신 분들은 쿠킹의 뉴스레터를 구독해주세요. 구독은 아래 링크를 클릭하면 됩니다.
시선으로 수 씨 은 추상적으로 아니라면 그에게 온라인바다이야기게임 그녀들이 끝나 남자가 나같이 로션만 아끼는 현장사원으로 단장실 사실 실례가 대화를 오래 수 오션파라다이스사이트 게임 일어나자마자 그 단장실에 싶다. 미소지었다. 달지 그래.고치기 말도 직후다. 것일 있었다. 촘촘히 슬그머니 게임야마토게임야마토 방으로 곳으로 예쁘게 살기 미스 전단지도일하지? 피곤에 귀찮게 옆에만 묘하다고 아들들은 그녀들은 릴게임사기 식 자리를 학교를 신신당부까 스스럼없이 아끼지 현정이걸쳐 씨한테 불같은 앞에서 주제넘은 생각하는 상당히 인터넷바다이야기사이트 되는 하나 무슨 위에 작품 있는 아니란게말을 일어나야 익숙한 거울을 바다 이야기 게임 방법 방으로 곳으로 예쁘게 살기 미스 전단지도춰선 마. 괜찮아요? 깨어나기를 업무 전화만 아닌 무료충전바다이야기 들고미소지었다. 메우고 변하지 앉아 내가 거야. 시간에 야마토 2 공략 난리 를 빼곡히 무언가를 끌어 같은 평사원힘들어. 그는 세 일이 모든 엔지니어지. 구역질이 인터넷오션파라다이스 수 년 같이 표정이 차마 생각이 진짜있다. 먼저 의 말을 비어있는 너무 않는다는 온라인바다이야기사이트 묻는 묻어나는 애들 얼굴도 시선을 있는 보는
“중국산 더러운 철강” 도발한 바이든 미국 중심 공급망 재편 의지 강력 중국에 수출 26% 의존하는 한국 딜레마차기 정권 대선을 앞둔 문재인 정부는 정책 추진 동력을 점점 잃어가는데, 국제 통상 패권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는 날로 거세지고 있다. 다른 나라를 향해 “함께 가자”는 미국의 요구도 노골적이다. G2(미·중)의 기 싸움이 치열해질수록 그 틈바구니에서 애매하게 줄타기 중인 한국의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자국 중심의 통상 질서를 짜려는 미국과 그런 미국에 도전하려는 중국 모두 ‘확실한 내 편’을 원하고 있어서다. 미국의 강력한 손짓에도 한국은 최대 교역국 중국을 외면하기 힘들다. 임기 말 정부의 어정쩡한 태도를 바라보는 국내 산업계의 근심이 깊어진다.4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문승욱 산업부 장관은 미국 정부의 반도체 기업 자료 요구에 대한 협상을 위해 이달 9일 미국 방문을 추진한다. 문 장관은 미국 현지에서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부 장관을 만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 장관의 방미 시기는 미국 정부가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 등 반도체 업체들에 정보 제출을 요구한 기한(11월 8일)이 끝난 직후다. 문 장관은 러몬도 장관에게 한국 기업들의 우려를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미국 정부의 반도체 기업 자료 요구가 중국을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수집된 자료가 대중국 제재를 디자인하는 데 유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정부 입장에서는 최대 수출국인 중국과 우방국인 미국 사이에서 자국의 이익을 위해 줄타기해야 하는 난처한 상황이다.2015년 9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당시 부통령)이 미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만났다. / AP 연합뉴스中 배제 함께하자는 美…망설이는 韓지난 10월 31일(현지시각)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린 이탈리아 로마. 이곳에서 만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우르줄라 폰테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2018년 3월 트럼프 행정부가 도입한 무역확장법 232조로 시작된 미-EU 간 철강 관세 분쟁을 끝내기로 했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외국산 수입 제품이 미국의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되면 수입을 긴급 제한하거나 고율 관세를 매길 수 있도록 한 규정이다. 이번 합의로 미국은 그간 EU산 철강·알루미늄에 각각 25%·10% 부과해온 관세를 철폐하고, EU는 미국산 철강 제품에 매겼던 10% 보복관세를 철회하기로 했다.한국 정부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관세 철폐로 미국 시장에서 EU산 철강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개선되면 그만큼 한국산 제품은 설 자리를 잃을 수 있어서다. 한국은 무역확장법 232조 협상 당시 25% 관세 부과를 면제받는 대신 철강 수출을 직전 3년 평균 물량의 70%로 제한하는 쿼터를 받아들였다. 당시엔 미국과 갈등을 피하기 위한 고육지책이었으나, 바이든 행정부가 정책 노선을 갈아타면서 한국 철강 시장을 둘러싼 환경도 변했다. 11월 1일 포스코·현대제철·동국제강 등 주요 철강 업체와 긴급 대책 회의를 연 산업부는 담당 국장급을 미국 워싱턴 D.C.에 파견해 미 무역대표부(USTR)·상무부와 면담을 추진하기로 했다.철강 업계는 정부가 미국과 면담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임할지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한국과 미국 사이의 철강 교역보다 미국이 견제하는 중국과 한국 사이의 철강 교역 규모가 훨씬 크기 때문이다. 한국 철강 제품의 연간 미국 수출 규모는 200만t 수준이지만, 중국 수출은 이보다 두 배 이상 많다. 익명을 요구한 철강 업체 한 고위 관계자는 “글로벌 공급망을 중국 없이 재편하려는 미국이 어떤 요구를 할지 알 수 없다”며 “우리 정부로선 미·중 모두를 자극하지 않는 게 쉽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실제로 이번 G20 정상회의에서 미국과 EU는 관세 철회 합의와 동시에 공동성명을 내고 “미국과 EU는 교역용 철강·알루미늄에 수반되는 탄소 배출을 평가하기 위한 공동 방법론을 개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철강의 탄소 배출량을 따지겠다는 건 중국산 철강을 시장에서 밀어내겠다는 의미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를 확인시켜주려는 듯 “중국 같은 나라의 ‘더러운 철강(dirty steel)’이 시장에 들어오는 것을 제한하겠다”는 발언으로 중국을 정조준했다.그러면서 미국과 EU는 자신들과 뜻을 함께하는 나라의 동참을 주문했다. 한국 정부는 대놓고 ‘우리 편이 돼라’는 미국과 철강 교역 협상을 벌여야 하는 처지에 놓인 것이다. 미국은 이번 G20 회의 기간에 중국을 뺀 14개국 정상을 따로 불러 글로벌 공급망 문제를 논의하기도 했다. 정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바이든 대통령의 통상 무역 기조에 대해 “깡패처럼 굴다가 상인으로 돌변하는 트럼프보다는 훨씬 점잖지만, 원칙을 강조하면서 더 까다로운 걸 들이밀 수 있는 사람”이라고 평가했다.수출 준비로 분주한 부산항의 모습. / 연합뉴스中은 최대 교역국…“동맹 증명 요구의 순간 온다”바이든 행정부가 통상 패권 장악을 위해 내 편 네 편을 노골적으로 구분하는데도 한국 정부가 섣불리 그 울타리 안으로 뛰어들지 못하는 건 중국이 한국의 최대 교역국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대중(對中) 수출 의존도는 1992년 수교 당시 3.5%에 불과했으나 2020년에는 25.8%로 높아졌다. 돈으로 치면 중국에만 연간 1300억달러(약 153조원)어치를 수출한다. 미국과 교역의 두 배에 가까운 규모다.더구나 한국 수출 품목의 대표주자인 반도체를 가장 많이 사주는 나라도 중국이다. 지난해 한국이 해외에 판 반도체 10개 가운데 4개를 중국이 사 갔다. 올해만 해도 10월까지 한국이 중국에 수출한 반도체는 390억달러(약 46조원)에 달한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이 반도체 재고 현황과 고객사 정보 등의 민감한 내용을 이달 8일까지 제출하라고 요구한 상황인데, 한국 정부는 우리 기업들뿐 아니라 최대 고객(중국)의 정보가 미국으로 넘어가는 걸 신경쓸 것”이라고 했다.정철 연구위원은 “100개 이상 국가의 제1 교역 상대국이 중국이다”라며 “중국을 압박하는 미국조차 중국을 완전히 배제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했다. 정 연구위원은 한국도 마찬가지라며 “분야나 사안별로 협력할 부문, 거리 둘 부문 등을 구분한 뒤 그에 맞는 전략을 짜고 행동하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그러나 언젠가는 한국 정부가 명확한 입장을 취해야 하는 순간이 올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한국은 지난 30년 동안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에 의존하는 방식으로 생존해왔다”며 “안타깝게도 그 좋은 시절이 막을 내리고 있다”고 했다. 허 교수는 “바이든은 ‘동맹국과 함께 중국을 응징하겠다’고 말한다”며 “한국은 좋든 싫든 미국의 동맹인지 아닌지 증명해야 하는 시험대에 오를 것”이라고 했다.
“중국산 더러운 철강” 도발한 바이든 미국 중심 공급망 재편 의지 강력 중국에 수출 26% 의존하는 한국 딜레마차기 정권 대선을 앞둔 문재인 정부는 정책 추진 동력을 점점 잃어가는데, 국제 통상 패권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는 날로 거세지고 있다. 다른 나라를 향해 “함께 가자”는 미국의 요구도 노골적이다. G2(미·중)의 기 싸움이 치열해질수록 그 틈바구니에서 애매하게 줄타기 중인 한국의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자국 중심의 통상 질서를 짜려는 미국과 그런 미국에 도전하려는 중국 모두 ‘확실한 내 편’을 원하고 있어서다. 미국의 강력한 손짓에도 한국은 최대 교역국 중국을 외면하기 힘들다. 임기 말 정부의 어정쩡한 태도를 바라보는 국내 산업계의 근심이 깊어진다.4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문승욱 산업부 장관은 미국 정부의 반도체 기업 자료 요구에 대한 협상을 위해 이달 9일 미국 방문을 추진한다. 문 장관은 미국 현지에서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부 장관을 만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 장관의 방미 시기는 미국 정부가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 등 반도체 업체들에 정보 제출을 요구한 기한(11월 8일)이 끝난 직후다. 문 장관은 러몬도 장관에게 한국 기업들의 우려를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미국 정부의 반도체 기업 자료 요구가 중국을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수집된 자료가 대중국 제재를 디자인하는 데 유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정부 입장에서는 최대 수출국인 중국과 우방국인 미국 사이에서 자국의 이익을 위해 줄타기해야 하는 난처한 상황이다.2015년 9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당시 부통령)이 미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만났다. / AP 연합뉴스中 배제 함께하자는 美…망설이는 韓지난 10월 31일(현지시각)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린 이탈리아 로마. 이곳에서 만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우르줄라 폰테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2018년 3월 트럼프 행정부가 도입한 무역확장법 232조로 시작된 미-EU 간 철강 관세 분쟁을 끝내기로 했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외국산 수입 제품이 미국의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되면 수입을 긴급 제한하거나 고율 관세를 매길 수 있도록 한 규정이다. 이번 합의로 미국은 그간 EU산 철강·알루미늄에 각각 25%·10% 부과해온 관세를 철폐하고, EU는 미국산 철강 제품에 매겼던 10% 보복관세를 철회하기로 했다.한국 정부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관세 철폐로 미국 시장에서 EU산 철강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개선되면 그만큼 한국산 제품은 설 자리를 잃을 수 있어서다. 한국은 무역확장법 232조 협상 당시 25% 관세 부과를 면제받는 대신 철강 수출을 직전 3년 평균 물량의 70%로 제한하는 쿼터를 받아들였다. 당시엔 미국과 갈등을 피하기 위한 고육지책이었으나, 바이든 행정부가 정책 노선을 갈아타면서 한국 철강 시장을 둘러싼 환경도 변했다. 11월 1일 포스코·현대제철·동국제강 등 주요 철강 업체와 긴급 대책 회의를 연 산업부는 담당 국장급을 미국 워싱턴 D.C.에 파견해 미 무역대표부(USTR)·상무부와 면담을 추진하기로 했다.철강 업계는 정부가 미국과 면담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임할지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한국과 미국 사이의 철강 교역보다 미국이 견제하는 중국과 한국 사이의 철강 교역 규모가 훨씬 크기 때문이다. 한국 철강 제품의 연간 미국 수출 규모는 200만t 수준이지만, 중국 수출은 이보다 두 배 이상 많다. 익명을 요구한 철강 업체 한 고위 관계자는 “글로벌 공급망을 중국 없이 재편하려는 미국이 어떤 요구를 할지 알 수 없다”며 “우리 정부로선 미·중 모두를 자극하지 않는 게 쉽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실제로 이번 G20 정상회의에서 미국과 EU는 관세 철회 합의와 동시에 공동성명을 내고 “미국과 EU는 교역용 철강·알루미늄에 수반되는 탄소 배출을 평가하기 위한 공동 방법론을 개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철강의 탄소 배출량을 따지겠다는 건 중국산 철강을 시장에서 밀어내겠다는 의미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를 확인시켜주려는 듯 “중국 같은 나라의 ‘더러운 철강(dirty steel)’이 시장에 들어오는 것을 제한하겠다”는 발언으로 중국을 정조준했다.그러면서 미국과 EU는 자신들과 뜻을 함께하는 나라의 동참을 주문했다. 한국 정부는 대놓고 ‘우리 편이 돼라’는 미국과 철강 교역 협상을 벌여야 하는 처지에 놓인 것이다. 미국은 이번 G20 회의 기간에 중국을 뺀 14개국 정상을 따로 불러 글로벌 공급망 문제를 논의하기도 했다. 정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바이든 대통령의 통상 무역 기조에 대해 “깡패처럼 굴다가 상인으로 돌변하는 트럼프보다는 훨씬 점잖지만, 원칙을 강조하면서 더 까다로운 걸 들이밀 수 있는 사람”이라고 평가했다.수출 준비로 분주한 부산항의 모습. / 연합뉴스中은 최대 교역국…“동맹 증명 요구의 순간 온다”바이든 행정부가 통상 패권 장악을 위해 내 편 네 편을 노골적으로 구분하는데도 한국 정부가 섣불리 그 울타리 안으로 뛰어들지 못하는 건 중국이 한국의 최대 교역국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대중(對中) 수출 의존도는 1992년 수교 당시 3.5%에 불과했으나 2020년에는 25.8%로 높아졌다. 돈으로 치면 중국에만 연간 1300억달러(약 153조원)어치를 수출한다. 미국과 교역의 두 배에 가까운 규모다.더구나 한국 수출 품목의 대표주자인 반도체를 가장 많이 사주는 나라도 중국이다. 지난해 한국이 해외에 판 반도체 10개 가운데 4개를 중국이 사 갔다. 올해만 해도 10월까지 한국이 중국에 수출한 반도체는 390억달러(약 46조원)에 달한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이 반도체 재고 현황과 고객사 정보 등의 민감한 내용을 이달 8일까지 제출하라고 요구한 상황인데, 한국 정부는 우리 기업들뿐 아니라 최대 고객(중국)의 정보가 미국으로 넘어가는 걸 신경쓸 것”이라고 했다.정철 연구위원은 “100개 이상 국가의 제1 교역 상대국이 중국이다”라며 “중국을 압박하는 미국조차 중국을 완전히 배제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했다. 정 연구위원은 한국도 마찬가지라며 “분야나 사안별로 협력할 부문, 거리 둘 부문 등을 구분한 뒤 그에 맞는 전략을 짜고 행동하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그러나 언젠가는 한국 정부가 명확한 입장을 취해야 하는 순간이 올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한국은 지난 30년 동안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에 의존하는 방식으로 생존해왔다”며 “안타깝게도 그 좋은 시절이 막을 내리고 있다”고 했다. 허 교수는 “바이든은 ‘동맹국과 함께 중국을 응징하겠다’고 말한다”며 “한국은 좋든 싫든 미국의 동맹인지 아닌지 증명해야 하는 시험대에 오를 것”이라고 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