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요소 수출규제 일파만파국내 비료업체 가동중단 위기靑 요소수 대책팀 긴급 가동◆ 요소수 품귀 점입가경 ◆중국의 요소 수출 제한으로 촉발된 국내 요소수 대란이 물류·산업 현장을 넘어 농가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자동차용 요소는 물론 농업용 요소까지 재고가 바닥나면서 일부 국내 비료 업체는 다음주부터 공장 가동을 중단해야 할 위기에 처했다.5일 비료 업계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지난 10월 질산질 비료의 주원료인 요소뿐 아니라 염화암모늄, 질산암모늄 등 비료를 만들 때 쓰이는 다른 원료에 대한 수출규제도 강화했다. 수급 불안정, 전 세계 선편 부족 등으로 비료 원자재 가격이 지난 1년 사이 2~5배가량 오른 상황에서 원료 수급이 악화되자 LG팜한농을 비롯한 국내 비료 업계는 당장 공장 가동을 멈춰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이에 따라 일선 농가에 비료를 공급하는 지역농협 일부는 매점매석을 막기 위해 1인당 1포로 비료 구매 수량을 제한하는 고육책까지 꺼내들었다. 한국비료협회 관계자는 "지금까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업체별로 농업용 요소 재고가 평상시의 5분의 1 수준까지 떨어졌다"며 "내년 농가 주문을 대비해 생산 계획을 짜야 하는데, 연말까지 요소를 확보하지 못한다면 공장 가동을 중단하는 업체들이 속출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청와대는 요소수 수급 문제 해결을 위해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주도로 청와대 내 비서관실이 공동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를 만들고 이날부터 운영에 나섰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TF 운영은 소부장 대응 체계와 동일한 경제·외교가 종합된 대응 체계를 구축하게 된다"며 "국내 산업계·물류 업계 등과의 협력 체계, 중국 등 요소 생산국과의 외교 협의 등 다양한 채널의 종합적인 활용을 기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이날 김부겸 국무총리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요소수 관련 질의에 "중국 상무부에 부두까지 나와 있는 물품에 대해 통관을 요청했다"며 "중동 등 일부 국가를 상대로 수입처를 다변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요소수를 아예 넣지 않고 화물차를 운행하도록 풀자는 것은 아니다"고 전제한 뒤 "환경부의 과도적 조치도 검토하고 있다"며 배출가스 규제를 한시적으로 완화할 수 있다고 시사했다.농업용 요소 가격 3~4배 급등…비료 1인당 1포 구매제한도中정부 수출규제 일파만파질산질 비료 원자재인 '요소'업계 "사재기에 재고 바닥한 번도 경험 못했던 사태"인산암모늄 등 대체재 못구해정부, 중국 외 동남아·중동 등수입지역 확대에 주력하기로 요소 대란`이 농가에까지 타격을 줄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일부 지역농협은 비료 매점매석을 막기 위해 1인당 구매 수량을 제한하는 조치를 시작했다. 5일 경기도 포천시의 한 비료공장 앞에 생산된 비료 일부가 쌓여 있다. [박형기 기자] "요소수 때문에 화물차 업체들이 어려움을 겪는다고 하지만 지역 농협에서는 더 난리다. 비료 가격이 올라간다고 생각해서 미리 재고를 확보하려는 사람들로 난리다."중국 해관총서가 지난달 11일(현지시간) 요소, 칼륨비료, 인산비료 등 총 29종 비료 품목에 대한 수출 검역 관리 방식을 강화하면서 시작된 '요소 품귀 현상'이 국내 경제를 뒤흔들고 있다. 중국산 수입 의존도가 높은 자동차용 요소가 바닥을 보이면서 물류업계가 어려움을 호소하는 가운데 비료의 주원료인 농업용 요소까지 수급난이 현실화되고 있다. 정부는 농업용 요소는 중국 수입 비중이 절반가량에 불과해 차랑용 요소와는 사정이 다르다고 설명했지만, 국내 비료업계에서는 "현실을 모르는 이야기"라는 항변이 나온다. 5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비료 업체 팜한농은 다음주부터 울산 비료공장 가동을 중단할 예정이다.이 업체는 이미 지난 9월 이후 농업용 요소를 수입하지 못했다. 이제 울산 공장에 남은 요소 재고량은 평소 비료 사용에 사용되는 하루치 분량에도 못 미치는 300t으로 떨어졌다. 농림축산식품부와 중국을 제외한 대체 수입처 확보를 논의하고 있지만 뚜렷한 대책이 없어 언제 다시 비료공장을 가동할지 모르는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팜한농 관계자는 "중국이 요소뿐만 아니라 인산이암모늄(DAP) 수출까지 규제하면서 인산질 비료도 생산 차질을 겪고 있다"며 "다음달 세계 3대 칼륨 수출국인 벨라루스에 대한 미국·유럽연합(EU) 경제제재가 현실화되면 칼리 비료 또한 원자재 수급난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비료업계에서는 농한기인 11월에는 다행히 비료 수요가 많지 않지만 내년 초 농번기에 돌입하면 수급 악화로 농가 피해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내 농가에서는 요소를 주원료로 하는 질산질 비료와 인산질 비료, 칼리 비료 등을 주로 사용하는데, 질산질 비료의 시장점유율이 5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한국비료협회 관계자는 "농업용 요소의 t당 거래 가격이 지난달 말 900달러로 연초 대비 3배 가까이 뛰었는데도 비료 업체들이 수입을 못해 재고가 바닥나는 상황"이라며 "내년 농가들이 원하는 비료 물량을 제때 납품할 수 있는지 불확실하다"고 토로했다.실제로 정부의 매점매석(사재기) 단속 엄포에도 불구하고 농가 현장에서는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일부 비료 판매처에서는 질산질 비료 판매를 제한하는 곳까지 나타나고 있다. 요소 부족 사태 장기화를 대비해 내년에 쓸 비료를 미리 사두려는 농민들과 질산질 비료를 이용해 요소수를 만들려는 화물차량 운전자가 몰린 여파로 풀이된다.이번 요소 품귀 사태가 비료업계로까지 확산되면서 농식품부도 사안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최근 차량용 요소수 부족 문제가 확산되면서 농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며 "일부에서 가수요까지 발생하는 분위기라서 '사재기'를 하지 못하도록 농협에도 협조를 구했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우리 농민들은 비료를 경작지 인근의 지역농협을 통해 구매한다. 농협중앙회가 지역농협의 비료 수급을 파악해 팜한농, 남해화학, 풍농, 조비, 한국협화, KG케미칼 등 비료 업체를 대상으로 일괄 구매한 뒤 지역농협을 통해 농민들에게 배포하는 방식이다. 농협중앙회는 현재 비료 재고량에 대해 "가수요를 발생시킬 수 있기 때문에 외부에 공개할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한편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번 요소 품귀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이 중국에 대한 지나치게 높은 수입 의존도에 있다고 보고, 요소 수입처 다변화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현재 중국을 대체할 수 있는 국가로는 러시아와 카타르 등이 거론된다. 다만 중국산 요소에 비해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등의 지적이 많아 실제 효과가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