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자와 교감하는 핵심 기능들로 럭셔리 전기차의 새로운 기준이 되겠다’는 제네시스 GV60이 이달부터 고객들에게 인도된다. 현대자동차의 전용 전기차 플랫폼 E-GMP를 제네시스에 탑재한 첫 모델인 GV60은 프리미엄 전기차를 지향하면서도 최하위 트림이 6000만원을 넘지 않아 주목을 받았다. 6000만원 이하 전기차는 국가 보조금을 전액 받을 수 있다. GV60은 지난달 초 사전계약을 시작한 뒤 1주일만에 1만대가 넘는 계약을 기록하기도 했다.GV60은 제네시스의 디자인 정체성인 역동적인 우아함을 바탕에 두면서도 낯선 첨단 기술이 적용됐다. B필러에 달려있는 센서에 얼굴을 보여주면 차문이 열리고 지문으로 시동을 걸 수 있다. 시동을 걸면 무드등처럼 반짝이던 크리스탈 스피어가 변속조작계로 회전한다. GV60 퍼포먼스 모델을 타고 경기도 스타필드하남에서 가평의 기착지까지 왕복 총 81㎞의 구간을 달려봤다.GV60은 제네시스의 정체성인 두 줄의 쿼드램프를 배치해 패밀리룩을 계승했다. 그릴의 형태 역시 기존 제네시스의 오각형 형태를 유지하고 있지만 크기와 위치는 완전히 달라졌다. 전기차답게 그릴을 아래쪽 공기흡입구와 통합해 고전압 배터리의 냉각효율을 도왔고, 좌우로 넓게 디자인해 차체에 비해 좀 더 커보이는 효과를 줬다.현대차의 첫 전용전기차인 아이오닉 5에 적용된 클램쉘 후드도 GV60에 적용됐다. 후드와 펜더 부분을 파팅라인없이 하나의 패널로 구성한 후드인데, 제네시스 모델에 적용된 것은 GV60이 처음이다. 후드 전면에는 기존 두께를 80%를 줄이고 명품 시계에 쓰이는 기요셰 패턴을 각인한 신규 엠블럼을 부착했다.제네시스 GV60. /제네시스 제공쿠페형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CUV) 형태의 매끄럽고 날렵한 차체가 주행성능이 좋은 차라는 이미지를 풍겼다. 전장(차의 길이), 전폭(차의 폭), 전고(차의 높이)는 각각 4515㎜, 1890㎜, 1580㎜다. 앞바퀴 중심부터 뒷바퀴 중심까지의 거리(휠베이스)는 2900㎜에 달한다.후면에도 전면과 동일한 두 줄 테일램프가 들어갔다. 모든 트림에는 고성능을 강조한듯한 고정형 리어 윙 스포일러가 들어간다. 트렁크 크기는 준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에 기대할 수 있는 수준으로 아주 크지도 부족하지도 않았다. 트렁크 적재공간은 432리터, 2열 시트를 접으면 1460리터로 늘어난다.제네시스 GV60./제네시스 제공GV60은 제네시스의 내부 디자인 철학인 ‘여백의 미’를 바탕으로 구성됐으나 아이오닉 5에서 느낄 수 있었던 넉넉함은 찾기 어려웠다. 바닥에서 떠있는 듯한 형상의 플로팅 콘솔로 내부 공간을 확보했으나 크기와 위치가 모두 아쉬운 편이었다. 클러스터와 내비게이션이 하나로 합쳐진 파노라믹 디스플레이는 터치감이 좋고 예민하게 반응한다.내부 버튼들은 전부 곡선을 이용해 디자인했다. 센터 디스플레이부터 공조버튼들, 핸들 밑에 달린 드라이브 모드 변경 및 부스트 모드 버튼들까지 원형을 활용하고 은은한 금속재질로 감쌌다. 덕분에 기존 현대차 그룹의 전기차들과 다른 우아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가 느껴졌다. 2열은 키가 큰 성인이 안기에는 헤드룸과 레그룸이 모두 부족해 보였다. 뒷좌석도 리클라이닝(등받이 조절) 기능이 들어가 있는 게 눈에 띄었지만, 전기차에 기대할 수 있는 넉넉한 공간은 없었다.페이스 커넥트가 적용될 제네시스 GV60. / 제네시스 제공고속도로부터 구부러진 커브길까지 GV60은 안정적이면서 단단한 주행감을 보여줬다. 핸들은 적당히 무거운 편이고 가속페달을 밟는대로 가볍게 속도를 높였다. 전체적인 승차감과 코너링 시 안정감도 뛰어났다. G80, GV80 등에 들어간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이 GV60에도 탑재됐다. 전방 카메라가 과속방지턱, 포트홀 등의 상황에서 자동으로 서스펜션 감쇠력을 변경한다.실내 정숙도는 지금까지 나왔던 전기차들 중에서 가장 조용한 편에 속했다. 내연기관이 없는 전기차는 기본적으로 조용하지만 GV60은 이중접합 차음유리를 사용하고 다양한 흡차음재를 적용해 조용한 실내를 구현했다. 이날 주행한 차에는 노면 소음과 반대되는 위상의 주파수를 스피커로 내보내는 능동형 소음제어기술 옵션이 들어가 주행 시 외부 소리가 거의 들어오지 않았다.GV60스티어링휠 아래쪽에는 부스트 버튼이 달려있다. GV60 퍼포먼스 모델은 전륜과 후륜에 각각 최대 출력 160㎾ 모터를 장착해 합산 최대 출력 320㎾, 최대 토크 605Nm를 내는데, 부스트 모드에 돌입하면 10초간 최대 360㎾(490마력)의 힘을 쏟아낸다. 부스트모드를 누르고 가속 페달을 밟으면 단숨에 몸이 시트에 붙을 정도로 쏠리면서 스포츠카를 타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든다. 이 상태에서 제로백(정지상태에서 시속 100㎞까지의 시간)은 단 4초다.주행거리는 아쉬운 편이다. GV60의 1회 주행시 최대 주행가능 거리는 스탠다드 후륜모델이 451㎞, 스탠다드 사륜모델이 400㎞이다. 퍼포먼스 모델은 368㎞까지 떨어진다. EV6와 같은 용량의 77.4㎾h 배터리를 쓰면서도 주행거리는 훨씬 적다.GV60은 주행감과 디자인, 고급스러움 모두 지금까지 출시된 전기차들 중 상위권이라고 할만하다. 하지만 주행거리가 짧고 내부 공간이 부족해 4인 가족이 쓰기에는 다소 부족해보인다. GV60은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으로 지금 주문하더라도 약 1년을 기다려야 한다. GV60의 판매 가격은 스탠다드 후륜 5990만원, 사륜은 6459만원이며 퍼포먼스는 6975만원이다. 국비 보조금은 스탠다드 후륜이 800만원, 사륜이 387만원, 퍼포먼스는 364만원 수준이다.